생활형 숙박시설의 용도변경 유예기간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떠넘기면서 입주자들이 매년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생활형 숙박시설(생활숙박시설)이란 장기 투숙 수요에 대비해 취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2017년부터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당시, 생활숙박시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업시행사들이 아파트 대신 거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홍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가 법적으로는 주거용도로 쓸 수 없는 생활숙박시설을 정부가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2021년 4월 국토교통부가 주거 용도 금지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2020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1년 넘게 용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가 2021년 10월 '주거 용도로 쓰이는 생활숙박시설은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 기간을 줬기 때문이다.
분양 당시에는 생활숙박시설이 주거용으로도 허용됐던 터라 정부의 '불법' 규정에 입주예정자들이 당황했지만, 정부가 용도 변경을 완화한 만큼 큰 어려움 없이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주거 불법" 유예기간 6개월 남아
구조변경 안전기준 등 충족 불가능
송도만 4522가구… 최소 5천만원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불허'였다.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송도국제도시의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건축법상 준주택에 해당하는 오피스텔이 들어올 경우 학령인구 유발로 학교시설이 먼저 세워져야 하는데, 송도에는 학교를 세울 용지가 없어 현행 지구단위계획상으로는 오피스텔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일 지구단위계획이 바뀌어 학교시설 관련 조항이 사라져도 생활숙박시설의 용도 변경은 쉽지 않다.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의 건축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복도 너비인데, 오피스텔은 복도 너비를 1.8m 이상 확보해야 하지만 생활숙박시설은 이보다 좁아 건물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소방설비, 배연시설, 방화유리창호 등 안전관련 기준도 강화해야 하는데, 건물을 짓고 있거나 이미 완공된 생활숙박시설이 이런 기준을 충족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의 용도를 변경하라고 하고, 지자체는 용도 변경이 어렵다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애꿎은 입주예정자들만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사용 승인이 난 인천 내 생활숙박시설은 1만4천133가구(382동), 현재 건축 중인 생활숙박시설도 3천64가구(159동)로 집계됐다.
오는 10월14일까지 용도 변경을 하지 않은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집주인은 분양가나 매매가의 10~5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송도 내 생활숙박시설은 4천522가구. 이 지역 생활숙박시설 분양가가 평균 5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가구당 최소 5천만원을 이행강제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송도에서만 한 해 2천261억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송도 한 생활숙박시설 입주자 대표 A씨는 "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히 논의한 뒤 용도 변경 조건을 생활숙박시설 입주자들에게 알려줘도 모자랄 판에, 국토부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만 하고 지자체는 용도 변경을 내줄 수 없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생활숙박시설에 직접 거주하지 않고 세를 놓은 소유자들 가운데 여전히 불법임을 모르는 이들도 있다"며 "이행강제금을 피하려고 세입자들에게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국토부가 유예 기간을 발표한 2021년 10월 이후 각 지자체에 생활숙박시설의 용도 변경과 관련해 지침을 전한 내용이 없다"며 "인천시가 조례를 개정해 용도 변경을 위한 일부 조건을 완화할 수 있지만 모두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달수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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